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이야기/푸른옥 이야기

야곱에게, 장준하에게, 또 나에게 돌베개는 과연 무엇일까-『돌베개』/장준하/ 세계사/2012

by 석샘 2013. 7. 31.

야곱에게, 장준하에게, 또 나에게 돌베개는 과연 무엇일까            

-『돌베개』/장준하/ 세계사/2012





돌베개

저자
장준하 지음
출판사
세계사 | 2007-08-0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장준하 전집' 제1권 『돌베개』. 1962년 막사이사이상을 수...
가격비교


돌베개, 장준하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청소년 필독도서로 장준하 선생의 <돌베개>가 되어야 한다는 한 페이스북 친구 글을 읽고 막연한 책임감이 들어, 책도 보지도 않고 내가 발제를 맡은 동화모임 토론 책을 『돌베개』로 급히 바꾸었다.

  주문해서 도착한 책의 480쪽 가량의 부피에 놀라 회원들이 짧은 시간에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그보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에도 이 책이 비치되어 있지 않은 점이 더  놀라웠다.  마치 우리나라 임정이 환국 후 받았던 푸대접이랄까, 독립군 후세들의 대접받지 못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최근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규명 문제가 다시 떠오른 이후로 더 관심이 가긴 했지만, 솔직히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다 의문사를 당한 위인이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한 채 책을 집어들었다. 일본군 학도병이야기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기술되어 어찌 다 읽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군 탈출에 성공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부터 흥미가 느껴지고, 읽는 내내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그리고 내 인생의 여러 면들이 겹쳐 떠오르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책을 덮은 다음에는 정말 우리나라 청년이라면 꼭 읽어야할 필독서구나 공감했고, 이 이야기를 대하드라마로 엮으면 참 좋은 현대사 교육자료가 되겠다 싶다. 

   


2. 『돌베개』의 구성과 주제, 문체


  『돌베개』는 일제 치하에 태어난 장준하 선생의 1944년 1월부터 1945년 12월까지, 2년간의 체험수기다. 저자는 '『돌베개』에 부치는 말'에서 1945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게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단락으로 되어있다. 첫 단락은 일본군에서 탈출하여 6천리를 헤매어 임시정부를 찾아가 광복군 대위로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다가 해방을 맞은 이야기로 학병들의 저항정신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단락은 김구 주석의 수행원이 되어 귀국한 후 망명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활동 이야기로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충칭 임시정부를 안팎으로 한 망명정부의 분위기와 그들의 생태,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연장된 듯한 오늘날의(70년대)의 우리 정치 풍토나 정치 현실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숨김 없이 말하고자 했다고 밝힌다. 

  분량으로 보면 2/3정도 첫 번째 단락이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고, 또 그 중에 대부분이 만주에서 충칭의 임시정부까지 6천리 고행길에서 오는 에피소드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한 인간의 갈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 전체적으로 보면 그 당시 국내외 상황과 젊은이들의 저항을 담은 현대사라 할 수 있겠다. 

   " '돌베개'를 베고 중원 6천리를 걸으며 잠을 잤고, 지새웠고, 꿈을 꾸기도 했다.나의 중원땅 2년은 바로 나의 '돌베개'였다. 아니 그것이 축복받는 '돌베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 ( '『돌베개』에 부치는 말' 12쪽)   

  성경에서 야곱의 돌베개는 고난의 상징이었으나 그것을 축복의 증거로 삼아 하느님의 집의 주춧돌이 된 것처럼, 저자는 중원땅 2년이 자신의 '돌베개'로서 고난의 상징이자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주춧돌, "못난 조상이 또다시 되지 말아야 한다." 는 신념의 주춧돌이 된 것 같다.  

  다만, 사회주의자에 대한 혐오와 선입견이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특히 약산 김원봉에 대한 평가는 너무 약삭빠르게 그려져 있어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집권에 눈에 어두워 분단을 고착화한 이승만에 대해선 호의적으로 평가한 점이 아쉽기만 하다.       

  현대사를 증언하는 책이긴 하지만 수기로서의 서정적 문체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곳곳에 나타나는 문학적 표현에 자연스레 밑줄이 그어지고 그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 했다. 진실을 향하는 원칙적인 잣대와 객관적인 상황분석력은 이후 막사이사이상 언론문화 부문상을 탈 정도로 훌륭한 언론인 장준하를 드러내 보이고, 감성적인 정서와 문체는 인간 장준하를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3. 나에게 돌베개는 무엇일까?


  광복 이후 <사상계>를 발행하면서 민족주의자의 길을 걸은 장준하 선생은, 일본군 장교로 일제의 패망 때까지 일본군을 위해 헌신했으며 반민족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박정희에 대한 반대와 유신반대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1975년 포천군 약사봉 등산길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민족주의자 장준하는 그렇게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그 진실을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 <돌베개>를 찾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사회가, 내가 찾아야 할 돌베개 그리고 축복이 될 돌베개는 무엇인지 두고두고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