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속한 동화모임에서 값진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10년째를 맞는 회활동을 기념해서 예쁜 책돌이 마크 목걸이 선물을 받은 것이지요.
10년의 세월이 주루룩 스치고 지나가네요.
그동안 악세사리를 한 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우리 회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금은방에 가서 예쁜 목걸이 줄을 장만해야겠습니다. ^^
회보 '까치밥'에 실린 10년을 뒤돌아보는 글을 덧붙입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진주지회’10년을 뒤돌아보며
석선옥
진주지역에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문화공간이 거의 전무했던 95년, 아이도 안 가진 결혼 2년차 새댁이 겁도 없이 ‘이솝’어린이전문서점을 열었다.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어, 어린이 책에 관심이 많으신 남성진(현 진주문화연구소 사무국장)님이 진주에 ‘동화읽는 어른모임’을 만들기 위해 김중철 이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니 10여 분이 참가한 가운데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 지역의 어린이책문화환경이 열악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남성진 님께서 우리 모임의 길을 선구적으로 열었구나 싶다.
1993년부터 만들어져 전국 각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화읽는 어른 모임’을 우리 지역에서도 만들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이책만으로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가기엔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여겨 우선 어린이책을 비롯한 교육 전반을 공부하는 ‘이솝어머니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솝서점의 누적된 경영난으로 힘들어하던 1999년 여름쯤, 부산 인표어린이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결혼해서 사천에 이사 온 배경미 씨가 이솝서점을 들렀다.
진주에 ‘동화읽는 어른모임’이 없냐는 배경미 씨의 물음에, 힘이 조금 빠져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쑥스럽게 이솝어머니모임 회보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부터 진주동화읽는어른모임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어린이책에 관심을 보였던 분들께 연락하고 지역신문에 알려서 모인 여러 분들과 함께 동화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주부․교사․ 직장인․ 교대생 등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어 저녁에 모임을 가졌는데, 당시 임길택 선생님 따님이 진주교대에 다니고 있어 우리 모임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1년 정도 모임을 가진 후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지역모임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몇 개월의 준비 끝에, 2000년 11월 진주교대 대강당에서 <제1회 자녀독서지도강좌>를 가진 후 회원 가입 신청을 받아 정식 모임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오른쪽 사진은 이주영 이사를 모시고 기본교육을 마친 후 찍은 장면인데, 현재 전은숙 회원, 배경미 회원과 나, 이렇게 세 회원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모임을 비롯한 전국의 ‘동화읽는어른모임’은 (사)어린이도서연구회의 지역모임으로 활동해오다 2006년 단일한 조직으로 개편되었다. 따라서 우리모임의 정식명칭은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진주지회>이며, 애칭으로 ‘진주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함께 쓰고 있다.
뒤돌아보면 참 많은 분들이 우리 회를 거쳐 갔고, 중요한 일을 많이 했는데 일일이 다 이야기할 수 없어 안타깝다. 우리 회보 제일 뒷면에 실리는 ‘우리 회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나마 큰 줄기는 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10년 동안 우리 모임이 중심적으로 펼쳐왔던 활동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먼저, 도서관 활동을 들 수 있다.
학교도서관이 아예 없거나 문이 잠겨져 있는 상황에서 학급문고부터 살려보자는 취지로 2001년부터 전교조와 함께 <학급문고 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2002년부터 학교도서관이 예산을 지원을 받아 새 단장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 회원들은 각 학교에 학부모도서도우미로 열정적인 활동을 벌였다.
특히 2003년 9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도서관 학부모도우미 연수>를 자체적으로 3일 동안 진행하였다. 힘에 부쳐 이어내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활동방향을 밝힌 의미 있는 사업이라 평가한다.
또한 우리 회원들은 각자의 마을에서 <작은 도서관 활동>을 열심히 펼쳐왔는데, 특히 2007년 가좌주공 그린빌아파트에 사는 우리회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뜻을 모아 관리사무소 공공건물 내에 ‘푸른마을 도서관’을 마련하고 도서관 기금을 찾아내 집행해낸 일이 정말 귀하고 뜻 깊은 일이라 본다.
초청강연회, 역사기행 및 다양한 사업을 펼쳐내는 일뿐만 아니라 진주지역 작은 도서관 협의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푸른마을 도서관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자기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 모임에 들어왔다가 점차 내 아이를 포함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애쓰는 우리 회원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우리 회원들은 2007년부터 초등학교에 책을 읽어주러 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동화구연 또는 독후활동을 원하기도 하지만, 온전히 책을 읽어주고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어린이책문화활동을 들 수 있다.
2001년부터 도서관 책 문화행사로 시작한 <엄마와 함께 하는 동화나라>는 2006년부터 독후활동을 뺀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로, 올해부터는 <찾아가는 도서관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진주 어린이날 큰잔치>를 2001년부터 전교조와 진주교대학생회와 함께 공동주최해 오고 있다.
또한, 바람직한 독서문화환경을 위해 노력해왔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는 올바른 출판문화 정착을 위해 ‘도서정가제 실시’를 촉구하고, 어린이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학교와 수업, 평가가 경쟁만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일제고사’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2005년에는 독서를 강제하는 독서인증제와 독서이력철 반대운동을 벌였다.
제일 중요한 활동으로, 어린이책을 읽고 그 기쁨을 나누고 있다.
주위에서 우리 모임의 회원 수를 물어보면, 먼저 우리 회원은 일반적인 시민단체 회원 개념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보통 시민단체인 경우 수시로 회원 가입이 가능하고, 회원가입 뒤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반면, 우리 회의 회원은 1년에 한번 신입교육을 통해서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모임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참가를 하고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정말 어떤 단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열정적인 회원들이다.
10년째 그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린이책문화환경과 어린이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려는 대의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솔직한 답변은 어린이책을 읽고 나눔으로써 위안받고 치료받는 희열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우리 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 읽기 시작한 어린이책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누구나 어릴 적 가슴 저리는 사연은 가지고 있을 터이고, 또 대부분 그 상처는 가슴 속에 꼭꼭 묻어둔 채로 흔들리는 30,40대를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어린이책 속의 주인공에게서 어릴 적 내 모습, 내 경험을 되살려내고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그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응어리진 감정들을 풀어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힌 이 복잡한 현실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
우리의 활동은 그런 기쁨과 힘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동화읽는 어른모임'활동을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 > 푸른옥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愛(애)' 진주 상영 안내 ] (0) | 2011.04.25 |
---|---|
특별히 발이 시린 분들을 위한 아이디어 난로 (0) | 2011.01.20 |
페이스북에 대한 생각 (2) | 2010.11.03 |
그림책 강의를 하다 (2) | 2010.09.08 |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다 (0) | 2010.09.04 |